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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각

결혼 6년차, 아이는 꼭 가져야만 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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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양념장 없는 찌개와 같은 느낌이다.

뭔가 2%가 빠진 것 같은 지금의 상태는 흥미도 의욕도 잃은 상태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다.

 

결혼 6년 차에 접어든 올 10월. 남편이랑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속 썩이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나' 싶을정도로 지겹게 반복되는 이 안정감이 나를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남편과 나는 성실한 편이다. 그래서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해왔고, 커리어도 더 좋아졌고, 수입도 계속 올라서, 신혼 초 때에 비하면 정말 먹고살만해졌다. 이 표현이 정말 정확한 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봤다. 국내여행도 해외여행도 매년 각각 1번이상씩 가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양념장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정말 남편 말대로 나는 '배가 부른 걸까.'

이 지긋지긋한 안정감이 무료하게 느껴지고, 더 이상 남편에게서 예전에 느꼈던 설렘, 심장의 쿵쾅거림이 없어질 때즈음

이 사람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고 정말 많이 생각했다.

 

남편은 서른다섯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고 했고, 나 역시 남편의 서른다섯을 견뎌주었다.

왜냐면, 아이가 없어도 남편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한 에너지와 행복감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출산에, 남편은 여전히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라는 마인드이지만, 나의 원망은 듣고 싶지 않았기에, 작년 말부터 아이를 가져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내 나이 서른셋. 요즘으로 치면, 엄청 늦은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안 가져지는지.

한 6개월 정도 계속 반복을 했던 것 같다.

배란테스트기를 하고 숙제를 하고, 실망하고, 또 배란테스트기 하고, 숙제하고, 실망하고 - 

 

병원도 가서 혹시나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검사도 해봤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거짓말처럼 이렇게 안 생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그전에 피임은 왜 했냐 싶을 정도로... 아이는 우리에게 와주지 않았다.

 

계속 거듭되는 실패에, 우울감이 말도 안 되게 밀려왔다. 이렇게 간절하게 원하는데, 주변 친구들은 쉽게 다 잘 되는 거 같은데 왜 나만 안되는 걸까- 부정적인 생각만 맴돌자, 잠시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에서 아이 생각을 지워갔다. 내가 왜 아이를 그렇게 간절하게 원했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8개월을 흘려보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아이를 가지자고 준비한 시점에서 1년이 지나있었다.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들이 머릿속을 자꾸 스쳐 지나간다. 이제 다시 정신 차리고 준비해 보자고 말은 하고 있지만,

'아이를 낳는 것이 나에게 실일지, 득일지..' 저울질만 계속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런 마음 상태로 가져도 되는 건지

정말 내가 아이를 원하는 건지..

어쩌면 무료한 일상과 이 안정감이 지긋지긋해서,

그 시간을 달래기 위한 새로운 과제를 나에게 던져주기 위한,

그 정도로 나는 생각한 게 아닐까.

 

다시금 깊은 고민에 빠져든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

 

결혼 6년차, 아이는 정말 가져야만 하는걸까- 

이 질문의 해답을 찾는 날이 올까.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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